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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가라앉은 작은 몸이 미세한 기포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버로드1기8화 감긴 속눈썹은 투명한 물방울을 후두둑 떨구고 있었고, 새하얀 피부 위에 다물려진 입술은 원래의 촉촉함에 야릇한 붉은기를 머금고 색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달린 물방울이 무거워,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무슨 색일까?’

순수한 물방울들이 그녀를 향해 수근거렸다.
그녀의 봉긋한 굴곡을 또르르 타고내려온 물방울은 잔잔한 수면에 물살을 튀기며 그녀가 눈을 뜨길 보챘다.

‘이런 색이지 않을까?’

어린 요정들은 수면 위에 누워있는 예쁜색 꽃잎을 가리켰다. 플루메리아의 매혹적이고 고혹적인 분홍색 꽃잎이엇다.

‘어쩌면 바다를 닮았을지도 몰라’

또 하나의 어린 요정이 하늘색 플루메리아잎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그들은 여전히 눈 감은 그녀를 힐끗거리며 상상하고 있었다.

‘머리칼과 같은 검은색!’

‘아냐,입술과 같은 붉은색일꺼야’

어린 요정들은 플루메리아의 결정적인 향기로움에 어느덧 취해버렸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거리고,장난을 쳤다.

‘다 틀렸어’

한 송이의 오버로드1기8화 연약한 꽃과도 같은 그녀가 드디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옅은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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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플루메리아의 향보다도 더욱 매혹적인 눈동자가 있었다.
그 회색 눈동자는 지독하게 맑았고, 순수했다.그리고 공허했다. 보는 이까지 슬퍼지게 할 만큼 공허하고 싸늘했다.


그녀를 애워싸고 있던 요정들은 아름다움의 찬사보다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표정을 잃어버린 앳된 얼굴은 요정들의 눈물을 떨구게 했다.
한 손에 쥐고 비틀면 틀어져버릴것 같은 가는 목이 물에 젖은 흑발의 간지러움을 견디고 있었다.


그 목 아래로는 여신의 축복을 받은 이질적인 육체는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요염함을 드리우고 있었다.

풍만하면서도 잘 여문 두가슴에 잘록한 허리. 거기에 도드라진 골반은 가장 아름다운 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자극적이었고 관능적이었다.

로크는 욕조 속의 따뜻한 물에서 수면이 참방거릴 정도로 팔을 움직였다.
약한 물살은 힘 없이 욕조벽을 두드렸고 그에 생겨난 잔잔한 파동은 수면 위의 꽃잎들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플루메리아의 사랑스러운 꽃잎이 제멋대로인 물살에 순순히 자리를 옮겨주었다.
그렇게 물 속에서 피어난 진득한 향기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그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안돼!’

오버로드1기8화 애니 어린 요정들은 장난기 많은 꽃잎 한 장이 그녀의 부풀어오른 가슴 위에 내려앉는걸 아찔하게 지켜보았다..
그것은 한치의 꺼리낌 없이 솟아오른 유두를 매만졌고, 쓰다듬었다.


곧이어 또 한번의 일렁임이 일었고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살내음에 코를 묻고 있던 꽃잎은 수중으로 가라앉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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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거품도,파동도 없이 사라지는 꽃잎을 비어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그것마저에도 흥미를 잃었는지 미약한 숨결을 내뱉으며 이상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시간.
이 순간에서 가장 황홀한 시간.

발 밑에서는 회의의 연막이 피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서서히 어깨를 짓누르는 죽음의 무게에 다시 눈을 감았다.
각오 따위 없어도, 처음부터 사라져야 했던 존재였다.
그녀는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려 후회없는 미소를 물 속에 빠트렸다.

[로크!]

다급하게 뻗어온 손이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버렸고 또다시 괴로움 속에서 숨을 쉬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잠깐이었지만’

죽음은 간단하지 않았다.짧았던 그 순간의 향수를 느끼며 그녀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우욱”

지중해의 차디찬 아침이 밝았다. 넘실한 파도를 박차며 나아가는 중형 크루즈 셰리 호는 여행의 마지막날을 맞이하여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시간은 아직 해도 뜨지않은 새벽이었다. 어슴푸레한 안개빛에 크루즈 안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객실과 갑판을 잇는 복도나 층마다 준비되어 있는 로비도 한적하긴 마찬가지였다.

“읍”

2층의 중앙 로비를 제외하곤 말이다.

오버로드1기8화 애니 로크는 객실이 모인 2층에서 중앙로비의 큰 기둥을 힘겹게 붙여잡았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새파랬고 동공도 풀린 채인 그녀는 기둥을 잡고있다기 보단 절박하게 의지하고 있다는게 맞았다. 굽실거리는 흑발은 식은땀에 쩔어 얼굴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잘 다듬어진 손톱도 얼마나 긁어댔던지 끝이 갈라져있었다. 물론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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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멀미는 이리도 무서운 것이었다.

고개를 숙인채 눈을 뜨면 바닥이 요동치는게 보였다. 로크는 불쾌한 입을 한 손으로 틀어막으며 끊임잆이 올라오는

역겨움을 참아낼려 노력했다. 하지만 참으면 참을수록 신물이 올라와 견딜수가 없었다

.저릿한 다리 근육도 더이상 버티고 서있기는 무리라는듯 심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로크는 반쯤 풀린 눈으로 공중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차라리 쓰러져도 여자화장실에서 쓰러져야 덜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어올린 초점은 흐릿했고,덕분에 더한 역겨움이 올라왔다. 현재 그녀의 상태는 일말의 여지도 없이 위급했다.
어쩄든 일을 보더라도 여기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화장실을 가기위한 각오의 한 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등은 구부정했고 두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렇게 두발도 가지 봇했다는 뻔한 결과로 다시 기둥에 돌아온 그녀는 차가운 단면에 만신창이가 된 몸을 기대어야했다.

‘절망’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단어였다.

오버로드1기8화 애니 심지어 괜히 움직인 탓에 멀미가 더 심해진것 같았다.
급기야는 ‘아예 여기서 드러누워버리면 누군가 주워가주지 않을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치닫게되었다.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그렇게 마음을 먹자 부실하던 다리가 결국은 그녀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남은 의지를 포기할려했다.

“괜찮아요?”

아무렴 어떻냐는 몸이 차가운 바닥에 드러눕기 직전이었다. 로크는 로비를 울리는 낯선 목소리에 온몸을 경직히고 호흡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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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오니 소름이 쫘악 돋는건 당연했다.
아무리 쓰러질려 작정했더라도 이렇게 빨리 추태의 현장이 발각될 줄은 예상 밖이엇다.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괜찮으십니까?”

로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 자신의 왼편으로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주 옅게 허스키한 보이스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그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앳됨이 느껴졌다.

로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멀미도 잊은 채 눈 앞의 하얀 제복을 바라보았다. 왼 가슴에 일등항해사 명함이 달려있는 제복이었다.

“저기요”

넋놓고 멍하니 보고있으려니 그녀가 걱정되었던 일항이 조심스레 작은 어깨를 잡아왔다. 남자는 그녀보다 한참이나 큰 키였기에 그녀의 눈높이에서는 고작해야 ‘마르시안’이라는 일항 명함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

오버로드1기8화 애니 희미했던 음성이 점점 귀에 꽂혀들어오자 그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몇 분간을 멀미에 괴로워했던지라 걸걸하게 잠긴 목소리가 그녀에게서 나왔다.


새삼 자기 목소리에 자기가 놀란 그녀는 입안으로 바람을 뱉어내며 목을 가다듬었다.

“괜찮아요”

살짝 올려본 항해사 남자는 창이 짧은 일항 모자를 깊히 눌러쓰고있었다.
그래서인지 로크는 그림자진 남자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다고 생각되었다.

단지 눈만 안보일 뿐인데 저런 느낌이 들다니 로크는 높으면서도 뭉툭한 코와 얇은 입술을 부드럽게 휘고 있는 호감형 얼굴이 아깝다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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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는 분위기 속에 어느새 그녀는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어정쩡했던 다리도 똑바로 세우고 있었다.

남자는 날렵한 턱선을 안으로 끌어당기며 얼굴을 좀더 그녀 가까이로 내렸다. 그에 정신이 확 든 로크가 어깨에 있던 남자의 손을 힘 없이 쳐내었다.

“속이 안 좋으시면 약이라도 갖다 드릴까요?”

쳐냈다 한들 아픈 몸이 쳐낸 손은 항해사의 입장에서 아무렇게도 보이지 않았다. 항해사는 거절당한 손에도 무안한 기색없이 계속해서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를 걱정했다.

로크는 그게 부담스러워서라도 이 자리를 빨리 뜨고싶었다.

“아뇨”

그는 한낱 크루로써 손님을 대하는거라곤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진지했다. 그녀는 목에서부터 열이 올라오는걸 느꼈다.

“괜찮아요,가볼께요”

그녀는 더이상 상관쓰지 말라는 경계선을 그어버리고 등을 돌릴려했다.

“그럼 제가 객실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오버로드1기8화애니 중에서는 남자는 객실 쪽으로 돌아갈려는 로크의 허리에 자신의 한 팔을 받치며 앞서 부축해 나갔다. 그녀로써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서비스를 넘어선 수작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남자의 호의에 당당히 거절 할만한 용기는 그녀에게 없었다.
로크는 어색하게 밀착된 남자에 얇은 니트 속으로 괜한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그를 허락하게 된 로크는 200호실 부터 시작되는 객실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로비는 모두 오른편과 왼편으로 호수를 나누어 놓았는데 그 중 208호실은 왼쪽이었다.


그들은 붉은 바탕에 기하학무늬가 들어간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객실들을 지나쳤다. 복도는 좁았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는 충분한 폭이었다.

로크는 객실 문에 붙은 숫자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보고 걸음을 서둘렀다. 당연히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항해사의 보폭도 그녀에 맞춰 빨라졌다.

아무말도 나누지 않고 복도를 걷는 두 사람에게 곧이어 228호의 찬란한 조명이 눈을 밝혔다.
그에 로크는 208호 앞까지 가지 않고 객실과 객실사이의 벽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감사합니다,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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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남자의 팔에서 빠져나온 오버로드1기8화 애니 자막 로크는 꾸벅하고 그를 향해 머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항해사 쪽인 것 같았다.

“아뇨,아닙니다,그런데 진짜 약 안 갖다드려도 되겠습니까?”

1초라도 빨리 돌아가달라는 간접적인 마음이 항해사에게 전해지지 않았는지 그는 손사례까지 내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 괜찮아졌어요,감사합니다”

차마 호의를 배풀어준 그에게 매정하게 돌아설 수 없었던 로크는 또 한번 영혼없는 인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른 아침인 객실 복도에는 두 사람의 대화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걱정은 너무도 끈질겨서 그녀가 일일히 답을 해주다가는 날이 새도 방에 못들어갈것 같았다.

“그럼”

하는 수 없었던 로크는 먼저 과감히 등을 돌렸다. 바로 앞에 있는 방으로 몇발자국 걷는게 참으로 멀게 느껴졌다.

항해사는 그녀가 방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려는 셈인지 그 자리에 계속 멈춰 꿈쩍도 하지않았다. 로크는 그것이 크루의 메뉴얼에 포함된거라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해 신경쓰지 않고 208호로 들억기 위해 문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좁은 통로를 고려해 방 안쪽으로 열리게 만든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며 그녀를 안으로 빨아당겼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항애사의 눈에도 그녀가 마치 방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처럼 보였다.

“앗”

그녀 역시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덕분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 그녀는 문을 연 장본인의 품에 그대로 안겨들어가게 되었다.

당연 안쪽에서 문을 연 루이도 이 상황이 어이없긴 마찬가지여서 멍하니 자신의 팔에 안겨있는 로크만 내려보고있을 뿐이었다.

“뭔….”

“루이…”

그 사이 항해사는 동그래진 눈으로 208호실의 앞에 와있었다.
로크는 괜한 오해를 받기전에 서둘러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로비에서 멀미하니까, 이 분이 도와주셨어”

갑자기 등장한 드문 인기척에 루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눈 앞의 항해사를 바라보았다.

루이가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을 짓자 오버로드1기8화 애니 영상 그녀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쫄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도와줘?”

로크는 우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뒤늦게 설명을 덧붙여 보았지만 루이는 이미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초리를 짓고있었다.


루이는 어느새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있는 그녀를 복도에 서있는 항해사와 두어번정도 번갈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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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착 가라앉은 루이에 뒷목이 서늘해지는것을 느꼈지만 애써 태연한 척,고개를 끄덕였다.

“응”

의심의 여지가 없는 그녀의 대답에 루이의 푸른 눈동자가 차렷자세인 항해사를 훑었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먼저 입을 연것은 항해사였다.

“로비에서 멀미 하고 계시길래 객실까지 부축해드렸습니다”

로크는 항해사의 눈이 적갈색 이라는걸 그제서야 알아챘다.
항해사는 자신을 훑는 시선에도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루이의 뒷말이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는 아무말도 않았다.

“……”

로크는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이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단걸 알았다.
상냥하고 호감높게 휘어진 항해사의 눈매는 자신을 바라볼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 꺼림칙한 침묵을 더이상 견딜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슬금슬금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걸 본 항해사는 그만 물러갈 낌새를 나타내며 루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루이도 더이상은 시간낭비였기에 대충 성의없는 인사만 해주고 방문을 닫을려 했다.
좁아지는 문틈 사이로 항해사의 능글맞은 얼굴만 보이지 않았어도 말이다.

“감사합니다”

루이는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지 못하고 하는 수 없는 인사를 했다. 그의 살기돋힌 푸른 눈빛은 방문이 이음새에 맞물릴 때까지 항해사를 공격했다.
곧이어 문이 닫히고,잠금쇠를 거는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마르시안은 바짝 잡고 있던 긴장을 한숨과 함꼐 내려놓았다.

“무서워,무서워”

가시돋힌 말투와 사람을 짓누르는 눈빛. 문이 닫힌 208호실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젖은 항해사가 입술을 비틀었다.

“오늘 예민하시네,조심해야지”

마르시안은 방음 약한 객실통로에 아차 하며 어리석은 자신의 입을 서둘러 막았다.

이미 뱉어버린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하다못해 새어나가는 웃음만이라도 참아보려는 노력이었다

. 마르시안은 루이에게 추후 무슨말을 들을지 기대하며 즐거운 걸음으로 객실복도를 돌아갔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지중해에 안개가 절반 밖에 걷히지 않은 시간이었다.

루이는 잠금장치를 걸고 현관에서 돌아섰다.먼저 침실로 들어간 로크는 위화감 가득했던 바깥과는 달리 포근하고 아늑한 방안에 긴장을 풀어버리고 더블사이즈 침대로 흐물거리는 몸을 다이빙시켰다.

“혼자 다니지 말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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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전의 날선 목소리를 없애고 평소 그녀를 대하던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온 루이가 등을 보인채 엎드려있는 그녀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는 힘 없이 뻗어있는 그녀의 옆자리에 걸터앉아 결 좋은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넘겼다.

“답답해서….”

루이의 한 손에 들어가고도 남는 작은 머리통이 쭈뼛했던 긴장을 풀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 그녀를 루이는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실제로 로크는 폭신한 침대와 그의 손길이 더해져 걷잡을 수 없는 나른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득해져가는 의식으로 부터 정신을 돌렸다.이대로 잠들어 버리면 안된단 직감이 든것이다.

“화났어?”

로크는 루이를 향해 돌아누워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겉으로는 마냥 상냥하고 다정해서 방금의 잘못을 용서해준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몰랐다.
갑자기 돌아눕는 그녀에 머리를 쓸어내리던 루이는 그대로 그녀의 매끈한 뺨을 어루만지게 되었다.

“도착하기 전까지만 얌전히 있어요”

멀미로 고생했던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이제 겨우 원래의 혈색으로 돌아오고있었다.
로크는 평소 안하던 애교까지 부리며 그와의 어색한 기류를 없애고 싶었다.
그녀는 커다란 눈매를 곱게 휘이고 애교살을 살짝 끌어올렸다.다물어진 작은 입술로 호선을 그리는 그녀에 루이는 살풋 바람빠진 미소를 짓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로크는 루이의 미남 얼굴이 찡그려지든 말든 그의 긴 쪽빛 앞머리를 검지손가락으로 휘휘 감아 장난쳤다.

“어차피 3시간 뒤면 내리잖아, 그래서 마지막으로 산책이나….”

수려한 입술에서 한숨을 뱉은 루이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리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잠이나 자요”

그의 짙은 눈매가 그녀의 깜빡이는 시선에 진득히 키스했다. 루이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잿빛 눈동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마”

결코 그녀가 귀찮아서 자리를 뜰려핸건 아니었는데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로크는 매정하게 돌아설려는 루이의 셔츠 자락을 재빨리 잡아챘다.


루이도 악력없는 손가락이 필사적으로 잡은 성의를 무시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러곤 다소 차가운 표정으로 뭐냔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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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성을 자극하는 아찔한 표정으로 침대위에서 간절히 자신을 올려보고 있었다.

“하아”

왠만해선 그녀의 앞에서 한숨쉬지 않을려는 루이였지만 오늘 아침따라는 유난히 한숨이 잦아졌다.
로크는 그 한숨의 의미를 깨닫고 기분좋게 싱긋거렸다. 그녀는 침대를 향해 돌아선 루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에 묘한 흥분감을 느꼈다. 그렇게 루이는 침대에 다시 걸터앉았고 그녀와 올곧은 시선을 부딪혔다.

“읏”

루이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넣었다.
좁은 입안에 가득 들어찬 손가락은 그녀의 여린살결을 용서없이 유린했다.

그녀는 갑작스레 물려진 이질감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유연하게 혓바닥을 굴렸다.

그녀의 입안은 뜨겁고 부드러웠으며,간질거렸다.
루이는 체리빛 감도는 촉촉한 입술이 자신의 손가락을 맞물고 있다는 사실과 그녀의 말캉거리는 속살이 부딪혀오는 감촉에 찌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녀의 혀는 길고 단단한 손가락을 쓸어올리기도하고 마디사이를 감아 할짝이기도 했다. 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조금씩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자 서서히 벌어지던 입술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갈수록 대담하고 짖궂게 그녀를 농락하던 그는 화악하고 달아올라오는 흥분에 하마터먼 이성을 잃을 뻔했다.


로크는 자신을 괴롭하는 그것을 계속해서 끈적하고 질척하게 물들일여 갔다. 그녀는 루이의 작은 자극에 끓어오르는 꽤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리사이의 근육을 은근히 조으던 그녀는 더욱 뜨겁고 애절하게 그를 유혹했다.
붉은 혀가 그의 눈 앞을 아른거렸고 넘치는 타액을 삼키는 목울림이 그의 귓가를 자극했다.

루이는 이성이 정해놓은 경계를 느꼈다.
그녀의 행위는 정말이지 색욕넘쳤다. 그녀의 혀가 닿는 한 곳 한 곳이 저릿했고 머릿속이 하애졌다.
달아오른 신체가 감당이 안될정도로,바로 36.5도의 함정이었다.
인간의 체온이 전해주는 쾌감은 그를 이성에서 멀어지게 했다.

“아”

예민한 신경이 온몸을 달구었다. 그녀는 기다란 속눈썹을 가지런히 내려깔고 더욱 농도 짙게 신음을 흘렸다. 그의 세포 하나하나를 안달나게하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아래는 이미 몰아치는 흥분으로 축축해진지 오래였다.
그의 손가락에 조종되어 새어나가는 신음은 전부 그녀가 느끼는 성감대에서 터진 하울림이었다

무한의 관능이 혈기를 되찾다 못해 색기가 드러낸 얼굴에서 뿜어져나오고있었다.
이제는 움직이기 조차 두려운 손가락에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과 흥분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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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사이사이까지 애무해 오는 감각이 정신을 희미하게 만든다.

“그만”

루이는 손가락을 뺐다.
이어 허전해지는 아쉬움에 그녀는 멀어지는 그 끝을 약하게 깨물어 빨았다. 들뜬 숨결이 달콤하고 화끈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타액으로 새빨개진 입술은 무언가를 더 원하는 듯 미세하게 달싹거렸다.

루이는 황홀감에 젖어있는 회색 눈동자를 마주했다.요동치는 눈동자가 ‘좀 더’를 외치고 있었다.
곧 그녀로부터 떨림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더 안해?”

듣기만 해도 가슴속 무언가가 꿈틀거릴 것 같은 목소리였다.
루이는 아슬한 이성을 억지로 붙잡으며 귓전에 속삭여진 유혹을 떨쳐내었다.

“안 해요”

단숨에 침대에서 멀어진 그는 아직 남아있는 업무를 들먹이며 창가 옆 책상으로 향했다.
그에게는 실제로 크루즈가 항해를 마치기 전까지 처리해야할 업무가 있었다. 그에 로크는 괜시리 성급해 보이는 루이의 뒷모습을 색기 짙은 시선으로 흘겨보았다.

“섰잖아”

책상에 걸터앉아 노트북을 켜는 손길이 평소같지 않았다. 로크는 은밀하고도 위험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루이”

허스키한 미성이 여운을 가득 담아 그를 불렀다. 로크는 하얀 이불을 껴안고 상체만 일으켜 앉아있었다. 그녀는 불러도 침대쪽으론 눈길한번 주지 않는 루이에 더욱 안달이 났다. 몸 속 깊은 곳이 간질거렸고 가슴이 답답했다.

한편 루이는 마우스를 잡는 손에 땀이 베여 몇번이나 클릭을 미끄러트리고 있었다.
입안으로는 마른 침이 삼켜졌고 심장박동은 마치 강도높은 운동을 한 뒤처럼 미친듯이 쿵쾅커렸다. 루이는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글자 따위 눈에 담지 못한채 의미없는 스크롤만 내리고 있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해선 안된다. 이성이 날라가버릴것이다’

마성과도 같은 회색눈동자가 자신의 옆 얼굴을 응시하고있단걸 알지만 루이는 애써 침착하게 흐려진 정신을 가다듬고 그 시선을 외면했다.
[출처] 심해 [완결] 수정완성본 (작가와 독자들을 위한 공간 ♥ B&P스토리텔링) |작성자 줄기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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